면역세포 힘 키워 癌 파괴한다
면역항암제, 구토·탈모 부작용 없어
사람마다 다른 효과·비싼 약값 숙제
하루에 담배를 한 갑 반씩 30년 동안 피웠던 박모(49)씨는 2011년 폐암 진단을 받았다. 양쪽 폐는 물론 부신과 뇌에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4기)였고,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편평상피 세포폐암이었다. 이 암의 4기 생존기간은 6개월, 5년 생존율은 2%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5종류의 항암제를 썼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고 방사선 치료도 암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 기존의 항암제를 이용한 치료가 더 이상 없자 박씨는 2013년 12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새로 개발 중이던 '3세대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에 자원했다.
새 항암제로 치료를 받은 지 6주만에 5.4㎝짜리 왼쪽 폐의 암이 2.6㎝으로 줄어들었다. 약을 쓴 지 1년 반이 지난 현재 뇌와 부신에 전이됐던 암은 모두 사라졌고 폐에 있던 암은 1㎝이하로 줄었다. 박씨는 치료 중 머리가 빠지거나 구토를 하는 등의 기존 항암제 부작용을 전혀 겪지 않았다. 박씨는 직장에도 복귀하는 등 사회생활을 아무 문제 없이 하고 있다.
◇암을 공격하는 면역력 키우는 항암제
1940년대 처음 선보인 항암제는 정상세포에 비해 빨리 분화하는 암세포의 특징을 이용해 암을 공격했다. 하지만 모근, 상피, 손톱 같이 분화 속도가 빠른 정상세포도 함께 공격하기 때문에 탈모, 위장장애 같은 부작용이 심했다. 현재는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전 종양 크기를 줄이는 목적, 수술 후 재발을 막는 목적으로 많이 쓴다.
1999년 백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글리벡이 개발된 이후 유방암, 대장암, 폐암 등의 표적항암제가 잇따라 선보이면서 암 치료 성적이 좋아졌다. 하지만 표적항암제는 암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어야 효과가 있고, 오래 쓰면 암이 항암제의 공격에서 살아 남아 내성이 생겼다.
지난 3월 식약처에서 흑색종 치료제로 시판 허가를 받은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와 면역세포 사이의 신호에 작용,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게 한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작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모든 암에 쓸 수 있다"며 "치료법이 없는 환자를 내성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암세포 '회피신호' 차단해 T세포 공격 가능케 해
암은 면역세포인 T세포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단백질을 내뿜는다. 이 단백질이 T세포와 결합하면 T세포는 작동을 멈추는데,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게 암세포의 PD-L1 단백질과 T세포의 PD-1수용체다.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MSD)는 PD-L1 단백질 대신 T세포의 PD-1수용체에 달라붙어 T세포의 공격력을 그대로 유지시킨다〈그래픽〉.
기존 항암제와 작용하는 방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밝혀진 부작용도 전혀 다르다. 안명주 교수는 "탈모, 구토 같은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이 없고 내성도 생기지 않는다"며 "대신 면역력이 좋아지면서 갑상선 장애, 뇌하수체염 같은 자가면역질환과 유사한 부작용이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키트루다는 생존 기간이 10개월에 불과한 흑색종 임상시험에서 10년 생존율 15%를 기록했다. 현재 미국과 우리나라, 호주 등 6개국에서 흑색종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고 다른 암에 대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MSD에서 연구개발비의 절반 정도를 키트루다에 투자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이 170개가 넘는다.
지난 달 말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학술대회에서 폐암, 대장암, 방광암, 위암, 흑색종, 두경부암, 식도암, 난소암 등 13개 암에 대한 키트루다의 임상시험 연구 결과 41개가 발표됐다. 키트루다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안명주 교수는 "위암, 두경부암, 식도암, 임파선암 등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암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범위를 넓히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거의 모든 암의 표준치료법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마다 다른 치료 반응률 높이는 게 관건
면역항암제는 관련된 단백질 발현이 많이 있을수록 치료 효과가 높다. 키트루다의 경우 박씨 같이 치료반응이 좋은 환자가 약 20%다. 안 교수는 "이런 사람들은 특별한 부작용 없이 약효가 지속되고 있다"며 "약효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환자들의 효과를 높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환자 치료에 쓰이기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연구해야 할 게 더 많다. 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한 번에 1000만원이 넘는 비싼 약값도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안 교수는 "약 값이 비싸기 때문에 암세포가 없어진 후 약을 끊어도 되는지, 다른 치료제와 함께 써도 되는지 등 효율적인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 kw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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